슬픔으로 기억되는 왕자, 사도세자의 안식처- 융릉( 사도세자의 입장에서 1인칭 나레이션 방식으로 기술함)
1762년 윤 5월 21일.
뒤주에 갖힌지 여드레 날, 27년을 살아온 조선의 여름은 참혹했다.
근래들어,
내가 15세 이후 대리청정을 해온 이래,
아버지 영조의 오뉴월 팥죽 같은 변덕으로 어느 한 해 평안한 여름이 없었지만,
임오년 올해의 여름은 마침내 나의 명이 다하고 마는구나.
아, 아버지이자 이나라 조선의 금상인 영조께서는 기어이 나를 버리셨다.
자고로 부모가 돌아가시면 천붕(天崩)이요, 자식이 죽으면 참척(慘慽)이라 했건만
아버지 영조께서는 기어이 이런 참혹한 슬픔을 거두지 않으시는구나.
이렇게 나의 삶이 다하는구나!
오호통재여- 아버지시여, 권력이 이 자식의 목숨보다 중한것인가요.....
죽여 가슴에 묻은 뒤에 당신도 그 슬픔을 어쩌지 못해 마침내 사도(思悼, 슬퍼하며 생각함)라 이름지어 놓은 아버지 영조시여,
세자 선(사도의 이름)은 도저히 당신의 마음을 알길이 없나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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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억울했나이다.
아버지 당신의 심사를 헤아리기 어려웠나이다.
물론 그의 심사가 평안할수 없음을 알고는 있었다.
그가 왕이 된 과정을 모를수 없었다.
미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것도 정통성에서 열등한데
형이자 임금인 경종을 독살하고 왕이 됐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니
언제나 불안하고 주변을 믿지 못하는 그 심사를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죽일 무렵 당신은 이미 왕 노릇을 무려 38년째 해오고 있지 않는가.
물론 노론 세력이 당신을 왕좌에 앉히고 세력을 오로지 하고 있지만
당신의 세력 역시 그에 못지 않지 않는가.
탕평책은 그러 생각에서 나온 나름의 처세술 아닌가.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권력이 쏠리지 않게 하겠다는 당신의 권력분산 아닌가.
내가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그 능력이란것도 실상은 당신으로부터 받은게 아닌가?
당신 역시 준비 되지 않은 왕 아님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목숨이 어느결,
노론의 힘으로 왕위에 올라 마침내 조선 최고 장수에 최고의 집권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당신도 실수하며 치세를 배웠듯
나 역시 실수하며 배울것임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당신의 열등감을 나로 인해 풀어내려는 그 욕심을 내려 놓지 않는한 어느 자식이 그 기대를 충족하겠는가.
그런면에서 일찍 죽은 나의 형 효장세자가 차라리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살았다면 그 역시 나처럼 미첬을지 모를 일이다.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저 하늘 같은 기대,
수시로 변하는 저 심사를 어이 마춰 그의 복심처럼 움직일수 있는가 말이다.
치세라는게 어찌 아버지만이 정답인가.
할아버지 숙종의 시대에는 숙종의 치세가 있었고
당신의 시대에는 당신의 치세가 있었듯,
나의 시대에는 나의 치세가 있음을 왜 이해해주지 않으시는가.
숙종에게 당신은 어떤 임금이겠는가.
나로 낳고 당신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삼종(효종,현종,숙종)의 맥을 이은 지금은 저 참담한 아픔을 겪은 인조임금 시대의 병자호란으로 험악한 세월도 아니지 않는가.
무와 예가 문보다 못하다는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치세에는 맞는지 몰라도
당신이 다져놓은 조선 후기 비교적 평화로운 시절에는 다양한 문화가 어울어지면 더 좋지 많겠는가.
숙종 임금의 변덕이 당신에게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당신의 변덕은 아직 어린 세자로선 감당키 어렵웠나이다.
저 노회한 신하들을 다루려면 학문에 학문을 더해 저들을 이겨내야 함을 모르는바 아니나
어차피 학문으로 그들을 이기기엔 그들의 세력이 너무 공고해져
거대한 바위에 온몸을 던지기 아니겠는가.
그들을 이기는 방법이 어찌 학문에만 있을런지요
당신이 핏덩이인 저에게 기쁨을 담아 세자로 임명한 그 마음으로,
당신이 그토록 기다려 얻은 그 간절함으로 나의 성장을 기다려줄수는 없는것이였나요.
나의 핏속에 당신의 피가 있는 한 ,
당신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세자도 노회해지면 어찌 저들과 맞수가 되지 않으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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