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 동석을 기리며...

두타동천 2020. 8. 9. 06:22

동석을 위하여.
ㅡ친구의 명복을 빌며ㅡ
요몇일 일기 예보가 무색하게 마른 장마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오늘,
마른 장마속에 그대 살던 양양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하늘도 끝내 슬펐던 것일까?
그래, 하늘이 미리 알았던 것이다.
그 빗속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오늘 아침 한 생명이 세상을 달리했다고 했다.
허망하게도 그 이름은 김동석이었다.
너무나 낯익은 이름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죽음이 이렇게 무지막지, 무자비하게 와도 되는 것인가?
소식은 그렇게 무자비하고 황당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비보를 아니라고 증명할 수 없었다.
무력감과 낭패감으로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세상이 흔들리는 듯했다.
인정하기 힘들지만 오늘 우리는 한 친구를 잃게 됐다.
선한 사람이어서 뭇 친구의 신뢰와 사랑을 받던 이.
하늘은 지상에서의 선함을 질투함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 창창한 목숨을 이리 허망하게 거두어 갈 수 있겠는가.
그대가 처음 강릉 아산 병원에 갑자기 입원했다고 했을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랬을 것이다.
이 나이쯤 되면 으례히 아픈곳이 있고 가끔씩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일상사일 수 있는 일.
며칠 쉬듯 치료하고 나면, 툭툭 털고 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와 예의 사람좋은 얼굴로 마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갑자기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제서야 덜컥 걱정이 찾아들었다.
몇몇 친구들에게 알아봤더니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불과 두어달 전 그대와 나는 운동을 같이 했다.
자네는 건강하고 건강했다.
아픈 이의 몸에서 어떻게 그런 호쾌한 기운이 나올 수 있겠는가.
농담마저 풍요로워 운동 내내 유쾌했다.
그리고 불과 한달여, 그대의 비보는 그 강도를 더해 날아들었다.
서울 큰 병원에 입원하고 친구들이 문병 갔다와서 전한 소식에는 다행히 희망이 있었다.
나도 그 희망을 강하게 믿었다.
아직 죽음을 논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젊은 탓이다.
그저 마음속으로 기도할 뿐이었다.
하늘이시여,
저 어진 친구를 굽어 살펴 주옵소서!
어서 털고 일어나 다시 일상에서 조우할수 있게 하소서!
조금은 긴 투병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 털고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왔다.
그대의 삶이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머잖아 삶을 마감할 것같다고 했다.
강릉으로 옮긴 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했다.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병원.
그곳에 네가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소식을 전한 자네와 가까운 몇몇 친구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모두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심정으로 자네의 오랜 투병과 그 투병의 막바지에 서있는것 같다고 했다.
성직자처럼 의연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
어찌 이리 죽음이 갑자기 올 수 있는것인가?
그러나 호스피스 병원에 찾아간 친구들 속의 휠체어에 앉은 자네 모습은 아직 죽음의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보는 이에겐 다행이었다.
꽤 오랜 투병이 있을 것이고 그 투병을 견뎌내면 기적이 있으리라, 믿고 또 믿었다.
모두들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불과 사나흘이 지났을 뿐이다.
비보는 느닷없이, 놀랄수도 없이, 기습적으로 찾아왔다.
아니 한 생명이 이리도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할 수 있는 일인가!
불과 사나흘에 세상을 등질 수 있는 일인가!
이틀전 나는 용기를 내어 그대에게 전화를 했었다.
마음은 그대 걱정으로 가득한데 입밖으로내 놓을 수 있는 말들이 빈약했다.
겨우 안부만 물을 뿐이었고 잘 견뎌내자고 허망한 말만 뱉어냈을 뿐이다.
말이 가지는 한계성에 전화를 끊고 나서도 허하고 허해서 먼 하늘만 맥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종오고 현규고 순원이고 동우고
그대에게 다녀온 친구들에게 그저 전화로 근황을 물을 뿐이었다.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실 그대와 나는 자네의 친한 친구들처럼 그렇게 살깊지 못하다.
학창시절 잠깐 인연이 있었고 마흔이 너머 다시 만나 간헐적으로 안부를 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린 오랜 세월을 같이한 친구였다.
학창 시절의 인연이 준 선물이다.
그 인연의 소중함으로 오늘 나는 너를 추모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인연이란 이토록 질기고 아름다운 것이다.
동석,
우리들의 오랜 친구여.
아름다운 친구여.
그리나 이제 불러도 대답없는 안타까운 친구여.
그 길,
어이 홀로 헤쳐나갈 것인가?
지상에서 부모 은덕을 두루 넘치게 받은 그대가 어찌 그 험한 길을 헤쳐 나갈수 있을런가?
어찌 그리도 급하게 가시는가?
자네의 선한 웃음과 언행에 늘 감사하는 저 많은 친구들을 두고 어찌 그리 허망하게 가시는가?
아직 해로하지 못한 자네의 어진 부인과,
깊은 정을 나눈 자네의 듬직한 자식들.
그 앞날을 어찌하라고 이리도 급하게 가시는가?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대를 추모하고 그대를 잊혀지지 않게 하는 일이리니,
모두들 그대를 추모하고 애도함이 그대 고향에 오늘 내린 저 비처럼 애닲기만 하구나.
이제 빗속에 그대를 보내야 하리.
그대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바위에 새겨질 것이고
그 바위의 글씨들은 친구들의 가슴에도 화인처럼 박혀지리니,
벗이여,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벗이여.
그대 이름을 잊지 않으리라.
여기 손없는 달,
윤사월 해 긴 초여름.
쉰 여덟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마침내 귀천한 한 생이 있으니,
그 이름은 김동석이라 하노라.
오늘, 빗속 비보를 들으며
빗속에 마침내 너를 보내게 되었다.
부디 잘 가시라.
먼 길 잘 찾아 가시라.
마침내 우리 모두 가야할 곳,
그곳에서 이승의 여기처럼 어질고 선한 얼굴로 넉넉한 터를 장만하고 계시라.
그대를 아프고 아픈 마음으로 보내지만
그대는 영원을 살 듯 친구들 마음속에 있으리다.
오랜 세월 그대가 우리의 친구여서 고맙고 행복했다.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벗이여,
김동석이여......
삼가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