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항에서
나 오늘 감포항에서 기어코 취하리
가을 깊어 낙엽은 바람에 흩날리고
빗방울마저 간간 내리는 스산한 오후
문무왕 넋이 깃든 이곳 감포항에서
신라의 노래 향가를 읖조리며 취하지 않으면
나 어디서 불국사 단풍처럼 아름답게 취할수 있으리.
동행한 벗들도 신라의 가을을 닮아 가슴이 헤낙낙하고
그 헤낙낙한 가슴에선 정겨운 사투리가 수시로 내 마음 헤잡아 놓느니
감포,
바람도 빗방울도 바다도
모두 불국토佛國土처럼 넉넉한 이곳에서
신라의 가을처럼 취하지 않으면
우리 어디에서 이토록 아름답게 취할수 있으랴.
가을은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들의 안타까움이 사무치고 사무쳐 속울음 되어 나오는 계절
그 울음이 저토록 아름다운 단풍으로 피어나는 것
불국사의 가을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속절없이 흐른 세월의 영욕이 찬란하게 환생한 까닭이리니,
토함산 발 끝 이 감포항에서
저 천년 신라의 그리움 가득한 잔을 그대에게 권한노니
그대,
오늘 이곳에서 우리
불국사 가을처럼 찬란하게 취하지 않으시려는가?



☆감포항은 경주 토함산 자락 끝에 있다.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가 있는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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