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석어당 늙은 살구나무

두타동천 2020. 8. 28. 13:11

석어당 늙은 살구나무.
ㅡ기약없는 약속ㅡ

올 봄엔 저 살구꽃을 꼭 봐야겠다고 결심했었다.
지난 겨울 덕수궁을 답사하면서였다.
저 채색하지 않은 백골 2층 건물 앞에 자리한 늙은 살구나무의 찬란한 개화를 말이다.
4백년이 넘은 늙고 늙은 살구나무라고 했다.

낡은 2층 건물의 이름은 석어당.
옛임금을 생각하는 집, 이란 뜻이다.
이때 옛 임금은 선조다

사연이 깊다.
임진란때 북으로 피난했던 선조는 다음해 명나라의 도움으로 한양을 회복하자 귀경했으나 경복궁을 비롯한 모든 궁궐들이 파괴되 돌아갈곳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들어간곳이 이 건물, 월산대군의 고택이었다.
월산은 성종 임금의 동복 형.
이곳이 임시 궁궐이 되었다.
조선의 딱한 처지만큼 궁색한 궁궐.

그후 광해군이 등극하고,
선조가 늦게 맞은 계모 인목왕후 김씨와의 불화로
그녀를 이곳에 가두고 창덕궁으로 옮긴다.

이때부터 비극의 스토리를 더한다.
아시다싶이 인목대비는 이곳에서 자식 영창대군을 잃고 비참한 삶을 살면서 복수의 칼을 간다.
기약없는 복수의 날들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날이 왔다.
1623년 음력 3월,
이른바 인조반정이 일어난 것이다.

신분이 바뀌었다.
저 석어당 아래 끌려온 광해군은 인목대비에게 무릎을 꿇고 처분을 기다린다.

역사의 스토리를 알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이야기들이 살아난다.

그때가 음력 3월이었으니 저 늙은 살구나무에 꽃이(그때는 젊은 살구나무 였겠지요?) 만개했을 것이다.

인목대비의 비참한 삶과 광해군의 영욕을 다 지켜봤을 저 늙은 살구나무.

꽃이 피면 그 꽃잎마다 역사의 숨결이 담겨 있을 듯싶었다.

지난 겨울 답사하면서 내년 4월에 꼭 다시 오리라, 했었는데,
훗날의 기약은 보장할수 없어라!

코르나로 당분간 그 꿈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게 됐다.

혹여라도 지금의 덕수궁에 가신다면
안부라도 전해주시길...

올 봄에 가지못해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음.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화도 여행기  (0) 2024.08.11
공세리 성당  (0) 2024.08.11
온양온천과 사도세자의 인연  (0) 2024.08.11
감포항에서  (0) 2022.11.26
방어ㅡ내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  (0)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