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암살과 요시다 쇼인
1
아베의 갑작스런 죽음, 그것도 자국민의 총탄에 쓰러진것을 보면서 생각이 복잡했다(2022.7.8일).
일본이 온통 아베를 지지하는 극우세력만 있는게 아닌 모양이다.
거기에 총을 쏜 자가 아베가 그토록 사랑했던 일본 자위대 장교 출신이라는 점에선 더 혼란스러웠다.
죽으면서 아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자가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 했던 자위대 출신인걸 알았을까?
"적은 혼노지에 있다"
라는 일본 격언이 있다.
일본에선 아주 유명한 말이라고 한다.
풀어보면 "적은 내부에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격언엔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아베의 비극적 죽음의 뿌리에 연결되었다고도 할수 있다.
오늘날 일본의 정치적 기반의 계기는 에도막부 말기, 이른바 '메이지 유신'으로 불리는 메이지 천황의 복고로 시작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열도를 통일하여 전국시대를 마감, 일왕은 그대로 교토에 두고 이에야스는 자신의 영지인 에도(지금의 동경)에 막부를 열어 권력을 탄탄히 구축해나갔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우리가 잘아는 세명의 인물이 존재한다.
일본 열도를 처음으로 통일 직전까지 이루었던 오다 노부나가,
그의 뒤를 이어 열도를 통일하고 명나라를 치기 위해 조선을 침략,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의 죽음으로 마침내 일본 열도를 손아귀에 쥔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이들을 빼고 일본을 말할수 없다.
오다 노부나가,
일본 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그는 그러나 혼노지(本能寺) 라고 하는 자신의 영지 내에 있는 절에서 자신의 심복 아케치 미쓰히데의 반란으로 할복, 혹은 자폭 사망한다.
이때 아케치 미쓰히데가 했던 말이
"적은 혼노지에 있다" 라고 한다.
자신의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를 적으로 부르며 부하들에게 공격케 한 것이다.
이후 이 격언은 "적은 내부에 있다"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적은 늘 내부에 있는 법.
아베의 비극적 죽음, 암살을 보면서 순간 이 일본의 격언이 떠올랐다.
그가 일본 자위대 출신의 총탄에 죽을줄이야!
자위대를 무장해 다시 20세기 '대동아공영'을 재현해보려 노골적 야심을 드러냈던 아베신조 전 총리.
그러나 그의 야욕은 건강이 발목을 잡아 정계를 떠나야했다.
그럼에도 일본 권력이 그의 손에 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상왕이 됐다고나 할까?
2
너무 멀리 갔나?
아베의 죽음을 설명하려다 보니 일본의 전국시대까지 언급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조금만 더 설명해야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막부를 구축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다이묘(大名)를 크게 세부류로 나누었다.
자신의 가신 충복들에겐 에도성 가까운곳에 영지를 주어 주둔케 하고, 그보다 못한 충복들에겐 조금 먼곳에 영지를 주어 머물게 했다.
막부의 핵심 권력은 가까운 곳에 주둔한 가신출신이 장악하고 그보다 낮은 권력은 조금 먼 곳에 주둔한 다이묘들이 차지했다.
나머지 한 축, 이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편에서 끝까지 항쟁하다 항복한 세력들로 에도와 아주 먼 곳에 주둔하고 핍박을 받았다.
저들은 막부의 권력을 가질수도 없었다.
열도의 끝에 위치한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대표적 지역이다
그렇게 2백여년이 흘렀다
오래되면 물러지고 물러지면 누수가 생기는게 세상의 이치런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톡록 염원했던 천세만세는 그 기한이 다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함선이 동경만에 나타나 일본 막부를 압박하는 등 서구의 세력이 막부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쇄국책을 고집했던 막부는 서구와의 교류를 선택했으나,
상징적 인물로만 있던 교토의 일왕은 이 교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누수가 시작된 막부의 권력은 그동안 우습게 보고 박대했던 일왕으로부터 반격을 받았으나,
그당시 열도의 끝에 자리하고 핍박 받았던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사무라이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존왕양이', 즉 일왕을 존중하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낸다,라는 사상에 밀리게 된다.
이 존왕양이 파가 양이를 화이로 바꿔, 훗날 메이지 유신의 주축 세력이 되어 1868년 메이지천황은 에도로 천도하고 천황중심의 새로운 일본이 세워지게 된다.
3
여기부터 일본의 역사와 조선의 역사는 다시 비극적 인연을 맺게 된다.
이 존왕양이 세력, 즉 메이지유신 세력의 뿌리에 '요시다 쇼인'이라고 하는 인물이 있다.
29세에 막부에게 대항하다 사형을 당한 인물(1830~1859).
이 인물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지금의 일본 극우 세력의 뿌리라고 해야 할 인물이었다.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것은 공교롭게도 현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보균씨 때문(혹은 덕분?)이다.(2022.7월 기준)
당시 집에서 중앙일보를 보고 있었는데 주말판에 요시다 쇼인에 관한 탐사기사가 전면에 실려 있었다.
호기심에 읽어나가던 나는 일본 극우의 뿌리가 이 인물이고 당시의 수상 아베의 고향이 이곳 조슈번(지금의야마구치현)이고 그의 조상들이 쇼인의 제자이고, 뒷날 정한론과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한 세력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곤 요시다 쇼인 에 관련된 자료를 여기저기 찾아보고 지인들의 sns에 요시다쇼인을 아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당연히 아는 이는 없었다.
이게 우리가 일본을 대하는 인식 수준이 아닐까, 자책하기도 했었다.
덕분에 일본사를 조금더 관심있게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박보균 기자가 세월이 흘러 윤석열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려 청문회를 할때 그의 글과 삶이 분리되 있는듯해 이땅의 지식인들의 의식을 다시 봐야하나?
혼란이 왔다.
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일본 극우의 뿌리, 아베의 야욕이 어디로부터 시작됐는지 알게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그가 훌륭한 위정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
그렇다.
아베의 적은 일본내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베가 그토록 공을 들였던 자위대에.
그러나 경계를 풀 일은 아니다.
요시다 쇼인이 죽고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존왕양이 세력들은 양이를 벗어던지고 화이和夷, 혹은 지이知夷로 생각을 바꿔 적극적으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일본을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침내 조선을 점령하고 중국, 러시아와 전쟁하고 미국과도 맞짱을 뜬다.
그 대표적 인물중에 우리가 잘아는 이토우 히로부미가 있다.
그외에도 수두룩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시기 바란다)
4
암살당한 아베 전 총리.
요시다 쇼인이 죽었어도 그의 제자들이 제국주의를 이루어 나갔듯,
아베의 후배 정치인들은 더 대동단결, 대동아 공영과 정한론으로 다시 일본의 옛 영화를 재현하려 기를 쓰려 하는게 아닐지 열려스럽다.
아베의 암살과 요시다 쇼인의 사형.
아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두인물의 연관성을 다시 생각하는 주말 아침, 때마침 제헌절인 이 아침 나는 착잡하다.
(2022.7.17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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