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키르기스스탄인가
역마살은 불치의 병이다.
ㅡ조용필의 <왜 키르기스스탄인가>를 읽고ㅡ
1
표지만으로 이미 본전을 뽑는 책들이 있다.
내겐 그런 책들이 여러권 있다.
대부분 여행가들이 낸 책이다.
사진이 기막힌 책들이다.
그런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그곳에 가고픈 충동에 가슴이 달뜬다.
매일이 그날같은 일상에 해방구 같은 책들이다.
나는 사는게 재미없을 때 그 책들을 들춰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들처럼 떠날수 없음이 속상하지만 이렇게라도 보고 읽으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의 위안이다.
여행 일정을 잡는 순간, 삶은 돌연 활기를 띤다
아침 나팔꽃처럼 싱싱해진다.
그리하여 사는게 꽤 견딜만 해진다.
그러나 먹고사는 일은 쉽게 그걸 용납치 않는다.
여행가 조용필 선생의 책 <왜 키르기스스탄인가 >도 그런 책이다.
그리하여 당연 가슴이 달뜬다.
2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의 서쪽,우리가 흔히 실크로드고 알고 있는 중앙아시아에 있는 나라이다.
멀고 낯선 나라이다.
구 소련으로 부터 해방이 된 나라이다.
5개의 나라가 있다고 한다.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
나는 한곳도 가보지 못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나라이다.
예전 실크로드에 빠져 책으로 공부할때,거기에 몽골사를 개괄적으로 같이 엿볼때 그 지역을 눈여겨 봤기 때문이리라.
칭기스칸이 유럽을 정복할때 필연코 지났어야 한 나라들.
고산지대고 초원이 펼쳐진 나라들.
그곳으로 불경과 비단등 종교,문화, 물산...등이 오가고 그 교류속에서 숱한 스토리가 쌓여 신비스러움을 지닌 나라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으나 생각처럼 선뜻 가게되지 않는 나라들.
아마도 이슬람 문화의 낯설음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저자 조용필은 그 낯선 나라 키르기스스탄에 꽂혀서 여러번 다녀왔음에도 기억속에서 늙지않는 첫사랑을 그리듯 오매불망 키르기스스탄을 그리워한다.
독자인 내게 볼 때 그 병은 불치이다.
그 병이 나으면 그의 삶은 허망해 질거다.
가슴에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아니 못하는 그리움 하나 품은 이들은 그리하여 삶이 충만하다.
현실의 고단함을 상쇄할 남모를 열정이 있으므로.
3
사랑하면 깊이 보게된다.
깊이 보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심연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건 사랑에 빠진 자들만이 아는 비밀한 일이다.
나도 한때 그랬다.
아니 자주 그런다.
잘 빠진다.
중국 역사를 포괄적으로 공부할땐 중국에 빠졌고, 실크로드를 공부할때 돈황, 타클라마칸, 텐샨, 파미르 산맥과, 실크로드 36개국을 그림으로 그리라면 그릴만큼 머리속에 지도가 있고 각 나라마다 얽힌 사연들을 얼개처럼 엮을수 있었다.
그때 실크로드에 갔어야 했으나 코로나가 창궐했고 이후 열정이 좀 사그러들자 먹고사는 일이 용기를 주저앉혔다.
슬펐으나 내 현실은 거기까지였다.
조용필은 나보다 더 어려운 여건속에서 자신의 오랜꿈 세계 여행을 실행했다.
고로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의 책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를 팔자 좋은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페이스북에서 알게된 그의 일상은, 자처한 유한거사, 즉 스스로가 선택한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모든 직장인의 로망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부러운 이였다.
그러나 책을 만나자 그의 이 삶은 낭만이 아니라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살기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도를 닦듯 사는 삶.
그게 조용필이 여행에 목을 매는 이유이구나 싶다.
<왜 키르기스스탄인가 >는 그리하여 삶이 팍팍해서 사는게 재미없는 이들이 꼭 읽고 보아야 하는 책이다.
저 대자연의 넉넉함을 담은 사진을 보는 일만으로도 이 책은 값어치를 다하고 남는다.
4
미안하지만,
조용필은 프로 여행가이긴 하지만 프로 여행작가는 아닌것같다. 책은 여타의 여행책 같은 프로의 화려한 문장이 없다.처음엔 설은밥을 먹듯 조금 겉돌았지만 이내 글속에 그의 진심이 담겨 가슴깊이 와 닿았다.
나보다는 조금 선배(3년)지만, 동시대를 사는 중년의 고단함이 채색없이 그려져 있어 나는 그의 삶속으로 깊이 들어갈수 있었다.
나또한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신산한 여정을 거처 여기까지 왔으므로.
기회를 만들어 그의 웅대한 꿈을 육성으로 듣고싶다.
듣는것만으로도 이미 그의 도반이 될거 같다.
세상은 떠나는 자가 있고, 그들의 길위 일들을 전해듣고 또다른 상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 전해짐이 풍성해야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기껏 국내 여기저기나 싸돌아댕기는 나같은 이들도 막 떠벌리는데, 하물며 해외海外가 아닌 육외陸外로 차를 이용해 하는 그의 여로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동경의 대상이다.
그의 여행에 깊은 응원을 보낸다!
5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부러 다루질 않았다.
어렵지 않다.
심심풀이 커피 마시듯 설렁설렁 읽어도 키르기스스탄 전문가가 될수 있다.
나도 어제 받아 앞부분만 읽고 지금 서울가는 지하철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우선 눈이 호강하고 진솔한 그의 글에 가슴이 반응한다.
오랫만에 진솔한 여행책을 만났다.
그 제목은 <왜 키르기스스탄인가> 이다.
일독을 권한다.
잠시후 서울시청역이라 서둘러 마친다.
이 책의 서평은 <남중>의 작가 하응백 선생의 글을 인용한다.
도움이 될것이다.
